겨울나기 준비에 한창인 강화군 화도면의 홍유표 이사 농가 정원. 홍유표 제공

슬기로운 겨울나기

월동 준비를 시작한다.
장미와 수국, 어린 나무와
추위에 약한 목백일홍, 감나무,
동백나무가 대상이다.
수선화, 튤립, 알리움 등
겨울나는 알뿌리 식물도
빼놓을 수 없다.

나무와 화초에 맞는 동해(凍害) 방지 작업은 식물의 겨울나기에 필수이다. 홍유표 제공

올 겨울옷은 친환경·가성비 패션

지난해는 볏짚과 잠복소 등으로
싸줬는데 올해는
왕겨와 낙엽, 부직포를 활용했다.
볏짚은 모양은 좋은데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작업 시간도 많이 걸린다.
푸대자루같은 부직포는
모양은 좀 빠지지만
내구성 좋고
재사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빈 화분과 삼태기도 한몫한다.
야생화, 알뿌리 식물들에겐
왕겨와 낙엽등으로 덮어준다.
월동하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왕겨와 낙엽, 부직포 등으로 쌓여진 홍유표이사 정원의 각종 식물들. 홍유표 제공

봄날은 또 온다

겨우내 화분에 줄 물도 받아놓았다.
수도는 물을 빼고
부직포 등으로
꽁꽁 싸매주었다.
다음주 중에는 장미와 나무들에게
퇴비를 얹어 줄 예정이다.
얼고 녹고 반복하며 영양분을
비축할 것이다.

2025년 봄꽃이 만개한 홍유표 이사의 농가정원. 홍유표 제공

강추위가 몰아치는 긴 겨울로
들어서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세찬 겨울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야
봄꽃의 영화도 있는 법.
봄도 머지 않았다.

[편집자 주(編輯者註)]

홍유표 리앤에스 스포츠 이사

방송인에서 농부로 변신해 25년째 강화도를 일구는 홍유표 선생의 '겨울나기 채비'는 수필이라기보다 시에 가깝다. KBS 스포츠 취재제작팀장(국장)과 해설위원, 한국체육대 교수를 거쳐 현재 리앤에스 스포츠 이사인 그는 스스로를 "농부코스프레"라 표현하지만, 글에는 25년 세월이 쌓인 진짜 농부같은 지혜가 담겨 있다.

장미부터 튤립까지 하나하나 챙기는 손길에서 식물 사랑이, 볏짚에서 왕겨를 거쳐 부직포로 개선해가는 과정에서 농사의 본질을 드러낸다. "모양은 빠지지만 내구성 좋은" 부직포를 고르는 실용성과 빈 화분까지 활용하는 소박함은 친환경과 가성비 좋은 것을 찾는 트렌디한 감각도 엿볼 수 있어 인상적이다.

"세찬 겨울을 이겨내야 봄꽃의 영화도 있는 법"이라는 문장은 방송 현장과 텃밭에서 체득한 인생의 진리이다. 겨울을 준비하며 이미 봄을 내다보는 시선에서 '지성을 지닌 농경인' (Homo agricola sapiens)의 지혜를 읽는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