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간정원 1호 '휴심정'에 핀 '클레오파트라 칸나'.


가을 해 질 녘, 광주 민간정원 휴심정에서는 클레오파트라 칸나의 붉은 빛이 유난히 깊다.

늦가을의 햇살은 부드럽게 정원 위로 내려앉아, 하루의 끝을 감싸는 듯 고요하고 따뜻하다.
바람은 느릿하게 수목 사이를 스치고, 그 속에서 빛과 그림자가 번갈아 흔들린다.
그 순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이 들려주는 사색의 시간에 잠긴다.

휴심정은 개화시기를 고려한 수종 선정으로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광주 제1호 민간정원' 휴심정은 도심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쉼의 장소다. 도천저수지 인근 약 9100㎡ 규모의 공간에 28종의 수목과 25종의 초화류가 어우러져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봄에는 튤립과 철쭉이, 여름에는 수국이, 그리고 가을에는 핑크뮬리와 국화, 배롱나무꽃이 차례로 피어난다. 그 가운데서도 해 질 녘 붉게 타오르는 클레오파트라 칸나는 하루의 끝을 붉은 여운으로 물들인다.

방문객들이 선호하는 정원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팝업 스토어.

도심 속 정원, 문화적 교류와 치유의 공간

정원 안에는 야외 카페 ‘세컨드원’과 퓨전 다이닝 ‘오트’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커피 향과 따뜻한 조명은 정원의 분위기와 맞닿아,
방문객들에게 한 모금의 여유와 한 줌의 사색을 선사한다.
특히 레스토랑 ‘오트’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교류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정원 가꾸기 모임, 작은 전시, 환경을 주제로 한 대화들이 이곳에서 이어지며,
자연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아름다운 배경이 된다.

정원 한편에서는 팝업스토어와 예술 전시가 수시로 열려
휴심정은 이제 ‘꽃이 피는 정원’을 넘어 문화가 자라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휴심정에서는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정원 행사가 열린다. 사진은 '2025 조경인의 밤'

전국 157곳의 민간정원, 고유의 특색으로 방문객 맞아

2025년 현재 전국에는 모두 157곳이 민간정원이 있다.
이들 정원은 정원주의 철학과 삶의 이야기가 깃든 공간으로,
각자의 자연미와 사연을 품고 지역 곳곳에 자리한다.
강원 2곳, 충청 11곳, 전라 18곳, 경상 20곳, 제주 1곳 등으로 분포되어 있다. 수도권에는 아직 민간정원이 없다.

담양의 죽녹원은 대나무의 고요함과 전통정자의 정취가 어우러진 치유의 숲이고,
거창의 창포원은 연꽃과 국화로 사계절의 빛을 보여준다.
양평의 세미원은 수생식물을 중심으로 한 생태정원으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쉰다.

이처럼 전국의 민간정원들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도시인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문화적 쉼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원 속의 시간은 여유롭다. 그 여유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회복한다.

'휴심정'은 마음이 쉬어가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광주의 휴심정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예술이 만나 서로의 존재를 비추는 공간이다. 가을 해 질 녘 붉게 타오르는 클레오파트라 칸나처럼, 이곳은 오늘도 말없이 속삭인다.
“잠시 멈추세요, 그리고 마음을 쉬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