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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힘 제공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식물은 감각이나 판단 능력이 없는 존재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식물이 뿌리로 수분을 탐지하고, 잎으로 빛의 각도와 세기를 계산하며, 자극의 빈도를 기억해 구분하고, 이웃 식물의 화학 신호를 해석한다는 연구들이 잇달아 발표됐다. '식물에 지능이 있는가'라는 논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인 조이 슐랭거가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빛을 먹는 존재들'(생각의힘)이란 저서에서 식물에도 지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식물은 가해진 접촉을 느끼고 반응한다. 인간의 신경계와 유사한 전압개폐 이온 통로와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이들은 자극 부위에서 몸체 전체로 전기신호를 보내고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소리도 듣는다. 해변달맞이꽃은 꿀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들었을 때 3분 내로 꿀의 당도를 높이고, 완두콩 새싹은 밀폐된 파이프 속에서도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뿌리를 뻗는다.

기억력도 있다. 나사 포이소니아나는 수분 매개자가 찾아오는 빈도를 기억하고, 다시 나타날 때를 예측해 꽃가루를 내놓는다.

친족 관계를 인식하기도 한다. 서양봉선화와 해바라기는 가족 개체가 이웃했을 때는 서로 그늘을 드리우지 않도록 잎과 줄기 각도를 조절하고, 질경이는 다른 종의 씨앗이 근처에 있으면 친족들과 발아 시기와 성장 속도를 맞춘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온갖 생물의 대단한 영리함이 인간과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정지인 옮김. 4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