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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일주일가량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강화된 대출규제와 실거주 의무 부과로 거래가 90% 가까이 급감한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규제를 받지 않는 경매시장으로는 갭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열기가 오르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 90% 가까이 급감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규제지역 지정 효력이 발생한 이달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계약이 체결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235건에 불과했다.

이는 대책 발표 당일을 포함한 직전 6일(10~15일) 2,102건의 11.2% 수준으로, 거래량이 88.8% 급감한 것이다.

자치구별로는 영등포구가 99.2% 감소한 것을 비롯해 구로구(-97.5%), 노원구(-95.6%), 동작구(-93%), 동대문구(-90.1%), 성북구(-89.8%), 마포구(-87.5%), 광진구(-85.7%), 성동구(-83.5%), 양천구(-79.4%) 등 서울 전역에서 큰 폭의 감소세가 나타났다.

관련법상 주택 매매거래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하도록 규정돼 수치는 바뀔 수 있지만,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이 뚜렷한 위축세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출규제 강화에 갭투자 수요 차단

거래 급감은 10·15 대책의 강력한 규제 때문이다.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됐고, 15억원 초과 주택부터는 주담대 한도가 2억~4억원으로 차등 적용되는 등 대출을 통해 고가 주택 구입자금을 마련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여기에 규제지역에 더해 2년 실거주 요건을 부여하는 토허구역까지 지정되면서 그간 성동구, 마포구, 광진구 등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열기를 띠던 아파트 갭투자(전세 낀 매매) 수요도 완전히 차단됐다.

토허구역 지정이 시작된 지난 20일과 21일 거래는 현재까지 7건밖에 신고되지 않았다.

대책 효과,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 전망

광범위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동시 지정하는 등 전례 없이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시행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격 일부 조정과 함께 대책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토허구역 지정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담은 만큼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최근의 시장 흐름은 '상급지 갈아타기' 중심인 만큼 규제에서 제외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가 과거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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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소

경매시장에는 갭투자자 몰려…낙찰가율 급등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반면, 토허구역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경매시장은 갭투자자들의 '틈새 경로'로 떠오르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과 경기도의 토허구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각각 100.1%와 101.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99.5%, 86.9%보다 높은 수치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은 지난 20일부터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2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해 주택 매수 시 관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경매를 통해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토허제가 적용되지 않아 실거주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금 보유력이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매시장이 일종의 '규제 우회로'인 셈이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거여동 포레나송파 전용면적 66㎡는 지난 20일 59명이 응찰해 낙찰가율 121.3%인 14억1,888만원에 낙찰됐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우성 전용 74㎡는 22일 26명이 응찰한 가운데 감정가(8억5,500만원)의 112.6%인 9억6,300만원에 낙찰자를 찾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봇들마을 전용 84㎡는 지난 20일 감정가(15억8,000만원)의 117.7%인 18억6,000만원에 매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