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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은 태안해안국립공원 무인도에서 2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대청부채 복원사업을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공단은 6년 전인 2019년 인공증식으로 확보한 대청부채 100개체를 심은 곳 주변에 이달 17일 추가로 100개체를 심었다.
대청부채는 붓꽃과 여러해살이풀로 1983년 인천 대청도에서 처음 발견돼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얼이범부채나 부채붓꽃, 참부채붓꽃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8∼9월 분홍빛을 띤 보라 꽃을 피우는 이 식물의 가장 큰 특징은 매일 오후 3시께 활짝 폈다가 오후 10시께 오므라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대청부채를 보고 시간을 가늠하기도 해 '꽃시계'로 불린다.
이런 '정기적인 개화'는 꿀벌 등 수분 매개 곤충 활동시간에 맞춰 꽃을 피움으로써 수분의 효율을 높이고 다른 붓꽃과 교잡을 방지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로 분석된다.
대청부채처럼 일정한 시간에 피고 지는 꽃들을 관찰한 최초의 인물은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린네다. 린네는 1748년부터 특정 시간에 꽃을 피우고 오므리는 식물들을 관찰해 1751년 저서 '철학식물학'에서 '호롤로기움 플로레(Horologium florae)', 즉 '꽃시계'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린네는 꽃들을 날씨에 따라 개화 시간이 변하는 식물(Meteorici), 낮의 길이에 따라 개화 시간이 달라지는 식물(Tropici), 날씨나 계절에 관계없이 고정된 시간에 피고 지는 식물(Aequinoctales) 등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 중 시간을 알리는 꽃시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고정된 시간에 개폐하는 세 번째 그룹이다.
린네의 꽃시계 목록에는 총 46종의 식물이 포함됐는데, 이 중 43종을 새벽 3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시간 순서대로 배열했다. 예를 들어 민들레는 오전 4시에 피고, 금잔화는 오후 3시에 오므라든다.
하지만 19세기 초 여러 식물원이 린네의 관찰을 바탕으로 꽃시계를 만들려 시도했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꽃의 개폐 시간이 위도에 따라 달라지고,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 요인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시계꽃(Passiflora)은 꽃 모양이 시계를 닮아 붙은 이름으로, 대부분 하루 사이에 피었다가 지며, 오후에 개화하는 특성이 있다.
대청부채의 정확한 개화 시간은 이런 역사적인 '꽃시계' 식물들과 비슷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수분 매개 곤충의 활동 패턴에 최적화된 진화의 결과로 보인다.
국내에는 대청도와 백령도에 군집이 있으며 2013년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도 발견됐다. 세계적으로는 북한과 중국·러시아·몽골 등에 서식한다.
서식지가 제한적이어서 애초 개체수가 많지 않았던 데다가 남획과 가축 방목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으로 멸종위기에 몰렸다. 2005년 2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지정됐으며 국가적색목록에 위기(EN)종으로 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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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부채. 국립공원공단 제공